[spotlight] 운명처럼 만난 영화

2015-10-09

글 정지혜·사진 이동훈

<산이 울다> 감독 래리 양

스포트라이트_래리양_이동훈2 사본

“8년 전 중국영화계에 첫 발을 내딛고 크게 좌절했다. 작업한 시나리오마다 투자가 안 돼 위축됐다. 그때 소설가 거쉬핑의 <산이 울다>를 읽고 큰 위안을 받았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인신매매와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던 주인공 홍시아가 자유의 순간을 맞을 때 마치 나 자신이 해방되는 기분마저 들더라.” 폐막작 <산이 울다>의 래리 양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스스로가 한 단계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전한다. 영화는 1984년 중국 산시성의 벽촌을 배경으로 충격적인 과거의 사건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여인 홍시아(랑예팅)와 그녀의 남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마을 청년 한총(왕쯔이)의 지극한 멜로드라마다. “자신을 괴롭히던 남편에게서 벗어났지만 홍시아는 여전히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에 속박돼 있다. 그런 그녀는 단순하고 순박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한총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한다. 영화의 배경은 과거지만 현대의 관객들에게도 자기 존재의 존엄을 확인해 가는 홍시아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감독은 함께 작업한 랑예팅, 왕쯔이 두 배우의 놀라운 에너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홍시아 역의 랑예팅에 대해서는 “피아니스트였던 그녀는 대사 없이도 감정을 표현해야하는 홍시아를 더없이 잘 연기해줬다. 영화에서 그녀의 우아한 기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총의 왕쯔이는 “만난 지 5분 만에 캐스팅을 결정했다. 말수는 적지만 말을 할 때면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그런 매력이 후반 한총의 눈빛에 드러난다”고 말한다. 대자연의 너른 품으로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을 감싸 안으며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산이 울다>는 자칫 영화화되지 못할 뻔했다. “지난해 베이징국제영화제 마켓에서 시나리오가 최종 합격되기 직전에야 겨우 거쉬핑 작가와 연락이 닿았다. 감사히도 아무 조건 없이 영화화를 승낙해주셔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폐막작 상영에 작가님을 모시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배우를 꿈꾸던 감독은 학생 시절 영화제에서 만난 시에페이 감독에게 “넌 영화감독이 돼야한다”는 말을 듣고 “운명처럼” 연출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국영화 시장이 커지고 있다. 젊은 감독으로서 중국을 기반으로 작가적 시각을 꾸준히 보여주고 싶다. 차기작은 장르물이 될 것 같다. 내년에도 부산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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