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on] 천당의 밤과 안개 Night and Fog in Zona

2015-10-09

글 이지현

천당의 밤과 안개_Night and Fog In Zona_ST3

천당의 밤과 안개 Night and Fog in Zona
정성일 | 한국 | 2015년 | 235분 | 뉴 커런츠
OCT 09 C1 17:30

2012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이 오기 전 약 6주간의 기간 동안, 정성일 감독의 카메라가 왕빙 감독의 다큐멘터리 현장을 담았다. 당시 왕빙은 윈남 지역의 고산지방에서 생활하는 세 자매에 관한 영화 <세자매>(2012)를 완성한 후 다음 작품인 <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2013)를 준비하고 있었고, ‘노동자들의 노동’에 관한 또 다른 영화를 기획하는 중이었다. 영화는 세 자매의 아버지가 거짓을 이르는 과정과 그 거짓말에 분노하는 이들의 모습, 그리고 정신병원에 강제 구금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는 동안 발생하는 일들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진실이 프레임에 담기는 법, 인물에 밀착되어 다가가는 왕빙 특유의 접근방식,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확신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관한 그의 방법론이 밝혀진다.

정성일의 두 번째 장편영화 <천당의 밤의 안개>는 다큐멘터리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영화를 찍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5분을 훌쩍 넘기는 롱테이크 화면이 낯설지 않고, 러닝타임만 장장 4시간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이지만, 중국 서남 지방의 이국적인 풍경과 왕빙 감독의 촬영현장을 훔쳐보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감상할 수 있다. 왕빙은 매 현장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묵묵히 상황에 동화되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고 인물을 인터뷰하거나, 몸살이 나더라도 현장에서 종일 카메라를 메고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은 숭고하다는 감상을 준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왕빙 특유의 제작 기법을 파헤치는 동시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다. 영화는 그 답이 ‘사랑’에 있다고 말한다. 카프카의 <성>과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에 빗대어서 영화는 “안개와 어둠에 휩싸여 조금도 보이지 않는” 예술적 매개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고 분명하게 이른다.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바깥 프레임의 짧은 극영화 주인공은 배우 정인선이 맡았다. 그녀의 역할은 ‘안개로 둘러싸인 산에 서 있는 여자’로, 마치 정성일 감독의 분신인 양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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