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choice] 검은 바람 The Dark Wind

2016-10-14

글 이주현

검은 바람_The Dark Wind_ST4
검은 바람 The Dark Wind
후세인 하싼 | 이라크, 독일, 카타르 | 2016년 | 92분 | 폐막작
OCT 15 BT 18:00

후세인 하싼 감독은 <만개한 수선화> <헤르만>을 통해 쿠르드족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온 쿠르디스탄 태생 감독이자 배우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 <검은 바람> 역시 감독의 고향땅 인근에서 일어난 비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014년, 테러조직 IS(이슬람 국가)는 이라크 싱갈 지역의 예지디족 마을을 습격했다. 1만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고 또한 이슬람교 개종을 강요받았다. IS는 예지디족 여성들을 납치해 성노예로 팔아넘기는 만행도 저질렀다. <검은 바람>은 이 실화를 바탕으로, 아랍 여성의 비극적 삶과 전통적 가치관을 뛰어넘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레코와 페로는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약혼식을 치른다. 하지만 며칠 뒤 IS가 마을을 급습한다. 페로를 비롯한 젊은 여성들은 노예시장에 팔려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레코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어렵게 페로를 가족 품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그녀의 몸과 마음의 상처는 깊다. 급기야 페로가 임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가족들은 충격에 빠진다. 암묵적이지만 공공연한 비난의 시선과 수치스러움을 견뎌야 하는 페로와 페로의 가족들은 극단적 선택을 내리려 한다. 영화적으로 재현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검은 천으로 온몸을 휘감은 IS가 총을 들고 등장하는 장면을 마주할 때의 공포는 상당하다. 노예시장에서 예지디족 여인들을 ‘거래’하는 장면 역시 충격적이다. 터전을 잃은 예지디족의 난민촌 생활상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상세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허구이나 허구가 아니다. <검은 바람>은 21세기의 가장 무자비한 테러리스트 조직인 IS의 만행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굉장히 용감하고 과감하다. 한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것은 페로와 레코의 사랑 이야기다. 성노예로 끌려갔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페로를 레코는 사랑으로 품는다. 레코가 페로에게 진주 목걸이 선물하는 장면은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애틋하다. 정치적이고 비극적인 이슈를 다루지만 동시에 사랑의 힘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라는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쿠르디스탄의 현재를 기록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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