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장거리 마라토너의 자세로

2016-10-06

글 장영엽 · 사진 손홍주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3-1

“이쯤 되면 삼재도 아니고 십재는 되는 것 같다. 끊임없이 뭔가가 온다.”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와 인터뷰 약속을 잡은 영화제 개막 전날 아침, 태풍 차바가 부산을 강타했다. 바닷물이 넘쳐 도로가 통제됐고, 도심 곳곳의 구조물이 파손됐다. 해운대 바닷가에 위치한 비프 빌리지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터뷰 도중에도 설치물의 상태를 보고하는 스탭들의 연락 때문에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휴대폰은 쉴새없이 울려댔다. 하지만 재난에 가까운 상황에 대처하는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쩐지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고 할까. “좀 타격이 있겠지만 빨리 복구하면 된다.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하지 않나. 이번 영화제를 위해 정말 죽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그 다음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태풍의 한가운데에서도 평정을 유지하기란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아닐 것이다. 지난 21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의 대소사를 빠짐없이 함께해온 영화제 창립 멤버의 연륜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시와 갈등을 겪었던 지난 2년간은 영화제 구성원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특히 정관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었던 올해 상반기에는 영화 수급을 위한 해외 출장을 단 한번도 가지 못했을 정도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에게도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좀 더 뚜렷해졌다고 말한다. 일례로 “재능있는 신인감독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건 우리 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중의 하나”라는 게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얘기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뉴페이스는 중국의 신인감독들이다. 최근 몇년간 중국영화산업의 갑작스러운 팽창에 의해 예술적 지향점보다 지극히 상업적인 이유로영화를 하려는 신인감독들이 만연했지만, 올해는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섹션에 어떤 중국영화를 올려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작품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더불어 구로키 히토미, 니시카와 미와, 아난야 까사라발리 등 여성 감독들의 약진도 올해 영화제에서 눈여겨봐야 할 변화라고 그는 말했다.

이번 영화제가 끝나도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휴식을 취할 생각이 없다. 앞서 언급한 ’영화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끝나자마자 TF팀부터 구성해 영화제의 전반적인 구성을 재정비하는 중대한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 는 그는 장거리 마라토너의 자세로 영화제의 미래를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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