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박진형 월드 시네마 프로그래머 – 지역 특유의 상상력에 주목

2017-10-13

글 김소미·사진 손홍주

피플 박진형 프로그래머-손홍주 복사

월드 시네마 섹션의 박진형 프로그래머는 동유럽, 중남미 지역의 영화들을 선정한다. 특정 지역만 집중적으로 담당할 때 생기는 장점을 묻자 끊임없이 공부할 거리가 늘어나서 즐겁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는 아침 8시부터 홍보를 위해 라디오 생방송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영미권이나 서유럽 영화에 비해 마땅히 주목받지 못하는 작품들에 대해 향한 열의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에게서 동유럽, 중남미 영화의 최전선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번 상영작 선정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아직까지 동유럽, 중남미 영화를 낯설어 하는 관객도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올해는 보편적인 정서와 소재,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면서 영화제에서도 다룰 만한 작품이 있는지 유심히 봤다. 우루과이 영화 <나의 세계>는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데, 축구 신동의 고난기를 통해 삶의 속성들을 따뜻한 필치로 담아낸다. 코스타리카 영화 <비올레타, 결국은>도 노년의 위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 본다. 한편 이들 지역만이 가지는 사회, 문화적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여전히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근현대사가 복잡하고 사회적 부침이 잦았던 만큼 고유한 문화적 자양분도 풍부한 편이다. <작은 십자군>의 경우 동유럽 중세의 전통, 기독교적 상징과 시각적 도상으로 가득 채워진 작품이다. 그 지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영화적 상상력을 반갑게 본다.

-올해 라인업 속에서 눈에 띄는 경향성이 있다면.

=다른 국가에 비해 스크린 스타나 거장이라 부를 만한 이름들은 아무래도 적다. 그래서 한편으론 신인 감독들의 약진이 꾸준히 두드러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젊은 감수성을 바탕으로 이들 지역 영화의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본다.

-신예 감독의 작품을 발굴해내는 입장에서 책임감도 커지겠다.

=맞다. 라틴 아메리카와 동유럽 모두 영화인을 육성하고 세계무대에 소개하려는 움직임이 국가 프로그램의 전방위적 차원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어떤 작품들을 해당 지역의 대표작으로 조명해야 할 지 다양한 영화인들을 만나면서 전반적인 제작 환경을 살피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매년 기획 초기부터 지켜보게 되는 작품도 생긴다.

-이번에도 선정 과정에서 조금 더 가깝게 지켜본 작품이 있나.

=멕시코 영화 <바람이 머무는 자리>는 올해 초, 중간 제작 단계부터 봐 왔다. <전사. 페렌타리 이야기>는 루마니아 영화인데 7월에 짧은 편집본을 보고 나서 바로 마음을 정했다. 이 작품들 모두 감독의 데뷔작이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영화의 산파 역할을 한다는 데서 느끼는 뿌듯함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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