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를 기억하며

2017-10-13

글 송경원·사진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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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개막식에서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추모하는 특별영상이 상영됐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을 때는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가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건 빈자리를 통해 비로소 상대의 크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올해 5월 칸국제영화제 출장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영화의 축제 한 복판에서 우리에게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은 거짓말 같은 이별이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지금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없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눈앞에 두고서야 우리는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거대하고 소중했는지 새삼 확인 중이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과 더불어 영화제의 밑그림을 그리고 아시아영화의 굳건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영화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공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리하여 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한 줄의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김지석을 추모하며’가 될 것 같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추모하고 그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아시아영화의 창’에 초청된 월드프리미어 영화를 대상으로 지석상을 신설했다. 아시아영화의 발굴과 지원이야말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임을 다시금 되새기기 위함이다.

아시아 독립영화인의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플랫폼부산도 그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께서 생전에 독립영화인들이 실질적으로 모이고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는 일에 특별한 열정을 보였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그 비전을 반드시 실현시킬 의무가 있었다”고 전했다. 플랫폼부산은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이 14일 ‘필름메이커스 토크: 지아장커’로 문을 연다. 각국의 독립영화인들이 함께 모여 14일부터 18일까지 세미나, 포럼, 워크숍 등을 통해 교류를 다질 예정이다.

앞서 12일 개막식에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추모하는 5분가량의 특별영상이 상영됐다. 15일 16시부터 19시까지 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김지석의 밤 Remembering Kim Jiseok’ 추모 행사가 준비 중이며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지난 걸음을 정리한 서적 <Remembering Kim Jiseok>이 배포될 예정이다. 당신의 말과 행동이 당신을 증명한다면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걸어왔던 길이 곧 부산국제영화제가 자리매김한 증명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한 챕터의 마침표를 정성들여 찍기 위해 여러 행사를 준비했다. 이제야 비로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음 챕터를 향해 새롭게 출항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2015년 <영화의 바다 속으로>를 출간하며 ‘테세우스의 배’에 얽힌 일화를 서문에 남겼다. 사람들이 테세우스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오래된 배를 수리를 하는 사이 배 자체는 새로운 것이 되겠지만 테세우스에 대한 기억은 영원하다는 에피소드다. 앞으로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떠나갈지라도, 김지석이라는 ‘테세우스의 배’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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