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choice] 더 스퀘어 The Square

2017-10-13

글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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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외스틀룬드 | 스웨덴, 독일, 프랑스, 덴마크 | 2017년 | 142분 | 월드 시네마
OCT 13 C4 13:00
OCT 16 C4 13:30
OCT 20 BH 20:00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는 잘나가는 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겪게 되는 기이하고 웃기고 짠하기까지 한 사연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감독의 전작 <포스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2014)은 눈사태 속에서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던 인물을 통해 중산층 남자의 위선과 허영을 꼬집은 작품이었다. <더 스퀘어>는 전작과 궤를 같이 하는 블랙코미디지만, 그때보다 풍자의 방식과 활용은 고도로 세련되어졌다.

미술관의 대형 프로젝트 ‘더 스퀘어’ 전시를 준비하던 크리스티앙(클라에스 방)은 길에서 황당한 수법으로 지갑과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한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소매치기가 사는 아파트 위치를 알아낸 그는 훔쳐간 물건을 내놓으라는 쪽지를 아파트 전 세대에 돌리고, 그 일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그렇게 크리스티앙이 개인사에 집중하는 사이 ‘더 스퀘어’ 홍보팀은 무리수를 둔 홍보영상을 제작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홍보영상에 대한 책임은 결국 크리스티앙이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더 스퀘어>는 작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화다. 중요한 것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대하는 인물의 이중적 태도, 우스꽝스런 대응이다. 영화는 술이 덜 깬 채 인터뷰를 하는 크리스티앙의 모습을 시작으로 풍자의 탑을 차곡차곡 쌓는다. 수려한 외모와 매끈한 슈트가 숙취의 흔적은 감춰도 영혼 없는 말의 향기를 감추진 못하듯이, 구걸하는 노숙자들은 외면하면서 예술로 휴머니즘을 얘기하는 크리스티앙의 가식과 허영도 줄곧 부각된다. 허상으로서의 예술과 현실의 간극이 클수록 웃음의 농도도 짙어진다. 난데없는 침팬지의 등장, 유인원을 흉내 낸 행위예술가의 퍼포먼스 등 비현실적 상황을 능청스럽고 진지하게 현실에 녹여내는 연출력도 일품이고, 캐릭터와의 합일을 보여주는 덴마크 배우 클라에스 방의 매력도 넘친다. 상영시간이 두 시간이 훌쩍 넘지만 영화의 유머에 취해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를 것이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스웨덴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건 빌 어거스트 감독의 <최선의 의도>(1992) 이후 25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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