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아름다운 별>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 내 영화 인생을 총결산하다

2017-10-18

글 임수연·사진 이동훈

인터뷰_ 요시다다이하치 감독_이동훈 복사

<아름다운 별>은 다소 당황스런 설정을 끝까지 뻔뻔하게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주인공은 화성인 아빠 주이치로(릴리 프랭키), 지구인 엄마 이요코(나카지마 토모코), 수성인 아들 카즈오(카메나시 카즈야), 금성인 딸 아키코(하시모토 아이)로 구성된 한 가족이다. 각자의 이유로 사는 게 만만치 않은 이들은 동시에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를 겪는 지구의 존립을 심각하게 걱정한다. 엉뚱하지만 시종일관 진지한 영화는 독창적인 청춘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2013), 현대 여성의 욕망과 탐닉을 파격적으로 그려낸 <종이 달>(2015)을 만든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이다. 막힘없이 여유로운 답변으로 작품을 향한 확신과 애정을 보여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을 만났다.

-미시마 유키오의 SF 소설 <아름다운 별>(1962)이 원작이다.

=일본 문학계에서 아주 명성 있던 사람이다. 그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 “제대로 된 작가가 왜 저런 이상한 걸 쓰지?” 라며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SF 계에서는 문학 같다고 하고, 문학계에서는 SF 같다고 하면서 어느 쪽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심지어 그의 팬들 중에서도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대학 시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작품을 쓰려고 했던 작가의 엄청난 용기에 감탄했다. 그 때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에서는 엄마가 목성인이라는 설정인데 영화에서는 지구인으로 각색한 이유가 있나.

=1960년대의 일본 사회는 매우 가부장적이라 아빠의 존재가 매우 크고 엄마는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현대 배경으로 각색하다보니 엄마가 강한 캐릭터여야 한다는 직감이 오더라. 그래서 다른 가족과 다른 속성을 가진 존재로 만들었다.

-아주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상황은 엉뚱하고 비현실적이다. 주제의 무게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을 밀고 나간 이유가 있나.

=비극은 비극이고 희극은 희극이라고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리얼하지 않다. 아무리 슬퍼도 웃음이 나는 요소가 있을 수 있고 아무리 웃겨도 그 안에는 슬픔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가 대비되면서 서로의 장점을 부각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관객의 마음도 더 흔들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배우들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이 작품을 만들고 싶어 몇 번이나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다. 그 때마다 주연으로 누굴 캐스팅해야하나 고민했는데 떠오르지 않더라. 그런데 내가 50대가 됐을 때 릴리 프랭키가 떠올랐다. 시나리오 쓰기 전에 먼저 캐스팅을 결정하고 그를 생각하며 주인공 캐릭터를 썼다. 재미있는 것이, 당시에 <아름다운 별>의 아빠와 릴리 프랭키, 내가 모두 52살로 동갑이었다. 나 역시 아버지의 나이가 됐을 때 비로소 캐릭터가 구체화되고 영화 제작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나카지마 토모코는 원래 좋아하던 배우였다. 몸은 작지만 심지가 강하고, 끝까지 지구인으로 남으면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세 사람을 이끄는 힘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가 안성맞춤이었다. 금성인인 아키코는 극중 미인대회에도 연루되는, 관념적인 미에 깊이 관여되어 있다. 사는데 굉장히 불편할 정도로 예쁜,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마스크를 원했다. 하시모토 아이를 보면서 저렇게 예쁜 얼굴로 살면 어딜 가나 너무 주목을 받아서 오히려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왔었다. 카메나시 카즈야는 인기 있고 잘생긴 아이돌이지만, 어딘가 말투가 반항적이고 눈빛에 분노가 서려있는 느낌을 받았다. 막상 만나보니 아주 착한 배우였지만, 분노를 품고 있는 카즈오와 이미지상 잘 맞아서 캐스팅했다.

-<아름다운 별>의 주인공은 각자의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무시당하지만, 결국 어떤 순간 목소리를 낸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 <종이달>에서도 주변부 인물로 치부되는 사람들이 당당해지는 순간이 중요했다.

=항상 주인공을 만들 때 딱 한순간만이라도 세상을 이기게 하고 싶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해 보이더라도 한순간이라도 일탈을 하거나 진정한 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거나 절망적인 인생은 없다. 사실 30년간 열망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아름다운 별>의 제작을 이루어낸 것 자체도 나에게 그런 사건이다. 데뷔작보다도 더 먼저 만들고 싶었을 만큼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그렇게까지 <아름다운 별>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내가 <아름다운 별>을 좋아해서 30년 동안 포기하지 않았기보다는, <아름다운 별>을 좋아했던 나의 기분이 지금을 만든 것 같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자유로운 혼이 당시의 젊은 나에게 굉장히 공감됐고,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동안 만든 작품에 <아름다운 별>의 요소가 조금씩 녹아있는데, <아름다운 별>을 만들고 싶은 상태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별>은 내 영화 인생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정리된 ‘총결산’ 같다. 좀 극단적으로 영화 속 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아름다운 별>을 만드는 것은 나의 사명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시간을 좀 들여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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