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죄 많은 소녀> 전여빈 – 바닥까지 무너졌던 순간들

2017-10-19

글 김현수·사진 손홍주

피플 전여빈-손홍주 복사

“선인도 악인도 없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계를 보여주는 영화다.” 영희를 연기한 배우 전여빈이 정의한 <죄 많은 소녀>다. 영희는 속을 알 수 없는 아이다. 영희는 지금 같은 반 친구 경민(전소니)의 자살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 같다.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이나 경민의 부모는 영희의 어떤 행동들로 인해 경민이 죽음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며 도덕적 책임을 묻는다. 영화는 그로 인해 영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마치 실험하듯 그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 “시나리오를 받아 스마트폰으로 읽었는데 글의 무게가 너무 무겁더라.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출력해 제본까지 하고 나서야 다시 읽을 수 있었다.” 전여빈은 영희라는 인물에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싶었다. 오디션 현장에서 “내가 살면서 느꼈던 죄책감, 부정하고 싶은 나,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변호하고 싶었던 경험 등을 그냥 다 말해버렸”던 이유도 그래서다. “캐릭터를 분석하거나 표정을 연구 하는 것만으로는 “영희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촬영 내내 끊임없이 대화하며 영희를 찾으려 했다.”

영희는 자기 말에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주변 상황이 계속되자,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데 영화는 그것 역시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인지, 혹은 죽음 뒤에 가려져 영원히 사라져버린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인지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그녀가 마치 영희의 심경에 대해 단정하듯 연기하면 김의석 감독이 바로 제동을 걸었다. “감독님이 영희를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끝없이 그녀를 알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고 하시더라.” 김의석 감독은 전여빈에게 영희가 바닥까지 무너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촬영을 할 때마다 “악몽에 시달리거나 한 장면을 수십 테이크씩 찍어 무척 힘들었”지만 “어쩌면 내가 겪었을 순간이라” 생각하며 영화 속 모든 상황을 오롯이 느끼려고 했었다.

덕분에 이전 한국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십대소녀의 표정과 몸짓이 만들어졌다. 2015년 문소리 감독의 단편 <최고의 감독>으로 처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전여빈은 이 영화로 두번 째 영화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라 관객들과의 대화가 너무 떨렸다.” (웃음)며 흥분을 전한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더 힘들고 어려운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배우로서의 내일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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