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산책하는 침략자> 구로사와 기요시

2017-10-20

글 김현수·사진 손홍주

내가 이런 러브스토리를 찍을 줄이야!

 

인터뷰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손홍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산책하는 침략자>는 개념을 수집하는 외계인들이 인간의 정신에 침입해 지구를 말살하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장르적 키워드는 ‘SF’, ‘외계인’, ‘러브스토리’로,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감독의 주특기인 ‘호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SF 영화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접점은 최근 그가 장르의 지평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다. 작년 <은판 위의 여인>(2016) 상영에 이어 올해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에게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물었다.
극작가 마에카와 토모히로가 이끄는 극단 이키우메의 연극 <생매장>을 영화화했다. 그리고 5부작 스핀오프 TV 드라마와 이번 영화가 함께 기획됐다.
사실 외계인의 침공을 다루는 SF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거대 자본을 들여 만들지 않나. 꽤 오래 전부터 이런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일본에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작인 연극을 봤는데 평범한 부부의 일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품이라면 일본에서도 영화화가 가능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영화만 진행하고 있었는데 <링>, <주온>을 썼던 작가 타카하시 히로시가 드라마 제작 아이디어를 냈다.

장르 외에도 연극 자체에서도 영화화를 결심했던 이유를 발견했을 것 같다.
연극의 특성상 한정된 장소에서도 드라마가 전개된다. 연극 역시 부부 중심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무대 밖의 상황, 연극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 무대 밖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상상해가면서 영화의 틀을 잡았다.

인간의 몸에 영혼처럼 침투한 외계인들이 ‘개념’을 수집한다는 설정이다. ‘가족’, ‘일’, ‘소유’, ’사랑’과 같은 개념을 빼앗긴 사람들은 그 순간 바보가 되어버리고, 외계인의 존재를 알아차린 몇몇 사람들이 이를 세상에 알리려 하면 역시 바보 취급을 당한다. 인간다움을 빼앗긴 개인, 인간답지 못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대한 비유처럼 보인다.
바로 그러한 의미를 연극에서 이미 담아내고 있었다.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믿지 않으려는 사회 시스템이란 게 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주요 테마로 그리려고 했다.

영화의 톤과 완전히 다른, 무시무시한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타이틀 시퀀스가 인상적이다. 그 뒤로는 외계인에게 침공당한 지구의 위기와 사랑이 식어가던 부부에게 찾아온 일상의 위기를 잔잔하면서도 때론 코믹하게 그린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는 이야기니, 첫 장면만큼은 임팩트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의 전개는 바보스럽게 펼쳐지는 웃긴 전개를 의도한 게 맞다. (웃음) 영화를 구상할 때 떠올린 영화가 팀 버튼의 <화성침공>(1997)이다. 대통령 역의 잭 니콜슨이 심각한 표정으로 뭘 들여다보는 바보 같은 장면이 있는데 그에 대한 오마주 장면도 만들어 넣을 만큼 가벼운 분위기를 의도했다.

주인공 신지(마츠다 류헤이)의 몸에 들어간 외계인은 그의 아내(나가사와 마사미)에대해 애정이 식어버린 신지가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랑이란 개념을 궁금해 한다. 그가 교회를 찾는 장면은 사랑에 대해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장면이다.
이런 장면을 내가 찍을 줄이야! (웃음) 찍는 나도 이상했다. 원작에도 없는 이 장면은 내 아이디어는 아니고 <도쿄 소나타>와 <산책하는 침략자>의 공동 각본가인 다나카 사치코의 아이디어였다. 영화의 중요한 테마가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 가장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교회 장면을 넣자고 하더라. 사실 <큐어>(1997)나 <회로>(2001)도 호러의 색깔을 걷어내고 보면 러브스토리가 담겨있다. 최근에 만든 영화들이 장르 색이 옅어지면서 사랑이란 소재가 눈에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긴 한다.

교회의 성직자를 연기한 히가시데 마사히로가 신부복을 입은 채 성경을 들고 등장하는 순간은 캐스팅 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한다.
나로서는 가장 기분 좋은 반응이다. (웃음) 현장에서 그가 옷을 입고 나오는 순간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스핀오프 TV 드라마 <전조: 산책하는 침략자>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드라마는 영화의 배경과 같은 설정인데 옆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드라마의 마을에서 히가시데 마사히로의 정체가 드러난다. 아주 중요한 인물이니 유심히 봐달라.

이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변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가.
나는 다른 장르에 도전하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일부 관객은 놀랄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 기대에 반하는 영화가 나와도 그것을 나의 작가성이라고 여겨주길, 아니 관객이 허락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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