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전양준 집행위원장 – “지금 영화제에 필요한 건 변화”

2018-10-04

“밖에서 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양준 전 아시아필름마켓운영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2014년부터 정치적 압력과 내홍을 겪은 과정에서 2년 가까이 영화제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올해 1월말 이용관 이사장과 함께 영화제에 복귀한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정상화를 넘어 다음 단계를 꿈꾸고 있다. 그간의 고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상처의 수습만큼이나 앞으로 내딛는 걸음이 중요하다”라며 영화제가 나아갈 비전과 구상을 명확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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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복귀했다. 올해는 특히나 바쁘기도 하고 감흥도 남다를 텐데.

= 2016년 12월에 영화제를 떠나서 대략 13개월 정도 야인생활을 했다. 영화제 초창기엔 해외영화 프로그램을 담당했었고 이후엔 마켓에 전념하느라 정작 국내의 지인들을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 지인들과의 시간을 통해 지난 세월을 점검할 기회를 얻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바로 세워해 한다는 많은 영화인의 격려에 힘입어 복귀했는데 기쁘기도 하지만 영화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 집행위원장을 맡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영화제의 어떤 점을 유지, 계승하고 어떤 점을 변화시킬 것인지.

= 작년에 게스트가 되어 부산영화제를 방문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안에서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적지 않게 보였다는 게 큰 수확이다. 우선 정치적 외압에 의한 어려움이 4년간 지속되며 전체적으로 시스템의 약화가 발생했다. 올해 모토는 정상화, 화합, 그리고 재도약이다. 당면한 과제는 안정적인 개최와 운영이지만 크게는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구축하려 한다. 아시아 메이저영화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토론토국제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위상을 끌어올리고자 한다.

- 정상화의 원년인 만큼 무리하지 않고 무사히 치르는 게 우선일 것 같았는데, 막상 보니 상영 편수가 25편 정도 늘어나며 외형도 커졌다.

= 단기적으론 다소 부담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산영화제의 시스템과 인력은 이 정도는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그래야 한다. 가령 현재는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도 일일 4회 상영에 그치고 있는데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메이저영화제들은 하루 6회를 상영하는 곳이 많다. 당장 바꾸긴 힘들겠지만 초심으로 돌아갈 수있는, 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올해 눈에 띄는 부문이 고전영화를 디지털로 복원, 상영하는 부산 클래식의 신설이다.

= 쉬는 동안 프랑스 리옹의 뤼미에르 영화제를 가서 클래식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열정을 마주하고 큰 자극을 받았다. 몇해 전부터 프로그래머들이 클래식 섹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는데 회고전 수준에서 논의되던 것을 넓혀 이번에 과감하게 추진했다. 어쩌면 일반 관객들이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열정적인 관객의 저변을 넓혀 나가야 한다. 올해는 게스트를 많이 모시지 못해 아쉽지만 내년부터는 클래식 영화의 감독, 제작자, 배우 등 영화의 주인공들을 반드시 모시려 한다.

- 영화제의 정상화를 위해 내부적인 화합의 필요성과 그간 도움을 준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강조했다.

= 이용관 이사장과 함께 복귀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해외에서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정의는 긴 팔을 가지고 있다’라며 당연한 일이라 격려와 응원을 받았다. 반면 정작 부산지역에서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최우선 과제는 그 현격한 온도 차를 좁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복귀하자마자 부산독립영화협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부산지역 영화과 교수 등 지역영화인들을 두루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과 밀착하고 상생할 수 있도록 지역 영화인들에게 크고 작은 역할들을 맡겨 함께 가고자 한다. 새롭고 유능한 인재의 영입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 냉정히 말하자면 정치적 외압과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부재로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이 다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예전 같은 위치로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 구성원들 사이 의견 합치만 이룬다면 의외로 금방 가능할 것이다. 관건은 정확한 방향과 목표를 제시했을 때 얼마나 뭉쳐서 어디까지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잘 해왔던 것을 강화하는 것과 부족한 부분을 변화해나가는 기로에 놓인다면, 나는 변화에 방점을 찍고자 한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가 클래식 섹션을 비롯, 여려 부문에서 경쟁을 도입한 것이 좋은 사례다. 영화제가 국제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나갈 것이다

-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추모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향후의 추모사업의 방향이 궁금하다.

= 궁극적으로는 영화의 전당 내에 ‘김지석 아시아영화연구소’를 마련하고자 한다. 아시아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 연구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네트워크를 확장시켜 나가는 방식이다.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부산광역시를 비롯한 어려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남겨진 사람들이 영화에 대한 서로의 애정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 그게 진정으로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 믿는다

 

글 송경원·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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