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 부산유랑기 7

2006-10-19

어머니는 내가 12살 되던 해에 식당일을 시작하셨고, 29살 되던 해에 그만두셨다. 햇수로 따져보면 한 17년 정도 된다. 초,중,고,대학교 다닐 동안 수업을 마치면 항상 집 대신 식당에 와서 밥을 먹었다. 테이블이 그리 많은 곳이 아니었기에, 나는 다른 손님이 오기 전에 후다닥 먹고 빠져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인해 난 항상 오징어 덮밥을 시키곤 했다. 조리 시간도 짧고, 비벼먹는 음식이므로 빠르게 먹고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식습관에 길들여져서인지, 지금도 복잡하게 먹어야 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구워야 하는 삼겹살, 발라야 하는 생선, 데쳐야 하는 샤브샤브 등.. 대신, 그릇 하나에 섞어놓고 비벼먹는 음식이면 뭐든 좋아한다. 한 마디로 말해 입이 좀 싼 편이다.

부산에서 지내는 동안 나의 까다로운(?) 식습관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식당 하나를 발견했다. 해운대 근처에 있는 ** 해장국집. 이 곳 해장국은 미니멀리즘의 극치다. 뚝배기 하나에 밥과 콩나물, 고기, 얼큰한 국물까지 모두 섞여 나온다. 수저를 들고 먹기만 하면 된다.반찬이 별로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점은 역시 나의 싼 입맛에 꼭 맞는 가격이다. 후식으로 요구르트까지 나오건만,믿을 수 없는 가격, 2500원!하지만 이제 그 해장국과도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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