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

2018-10-06

공간으로 인해 영화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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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의 영화 사람들은 어딘가로 배회한다. 베이징(<당시>) 몽골(<경계>) 충칭(<중경>) 거친 이리(< >), 두만강(<두만강>), 경주(<경주>), 수색(<춘몽>) 지나왔다. 이들이 마주한 세상은 삶의 작은 희망이 되기도 지만, 삶을 송두리째 뽑아 내동댕이치기도 한다. 장률의 신작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 또한 윤영(박해일) 선배 아내 송현(문소리) 남녀가 군산으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사람은 자폐 증상을 가진 (박소담) 그의 아버지(정진영) 운영하는 민박집을 찾으면서 남녀의 관계가 엇갈린다.

- ‘거위를 노래하다 부제는 당나라 시인 낙빈왕이 <영아>(咏鵝) 뜻한다. 시에 얽힌 사연이 있나.
= 윤영은 화교학교를 다녔다. 화교학교를 다닌 누구나 낙빈왕이 7살에 <영아> 읊을 있다. 윤영은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쓴 적 있는 사람이다. <영아>라는 시가 윤영의 엉뚱한 면모와 잘 어울리지 않나 싶었다. 아이들이 이 시를 읊으면 귀여운데 어른들이 읊으면 이상한 느낌이 있다. 박해일은 마음은 아이지만 성인이잖나. 성인이 술에 취하면 시를 읊는다 이미지가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떠올랐고, 박해일이 시를 읊으면 되게 재미있겠다 싶어 이야기를 출발했다.

- 처음에는 목포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몇 , 목포대학교에 특강하러 있다. 목포는 한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개발이 도시다. 구도심에 가면 일본식 건물과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고, 그게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일본, 얽히고설킨 나라는 팽팽하게 맞서기도 하고, 서로 비슷한 데도 많지 않나. 목포에 가니 역사와 지금의 정서가 만나더라. 뭐가 될지 몰라도 이곳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일씨와 함께 헌팅하러 목포로 갔다. 찍어둔 민박집이 문화재로 지정돼 촬영을 없었다. 민박집에서 사건이 많이 벌어지는데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찍을 수가 없잖나. 목포처럼 일제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시가 어디에 있는가 논의했는데 그렇게 내린 결론은 군산이었다.

- 군산은 목포와 달랐을 텐데.
= 군산은 목포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부드러운 느낌 하면 사람이잖나. 이야기에 사람을 넣어야겠다. , 군산에는 연애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렇다면 남녀 이야기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이야기를 남녀의 사랑으로 접근하자. 공간을 목포에서 군산으로 바꾸니 영화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 윤영이 선배의 아내 송현과 다른 도시로 여행 간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 윤영의 리듬은 보통 사람의 그것과 다르다. 시대와 발맞춰 가는 보통 사람과 달리, 시인이나 시인 같은 정서를 가진 사람은 한곳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송현은 부동적이다. 송현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반면 윤영은 거꾸로 가려고 한다. 둘은 각기 다른 기대감을 가진 여행을 시작했지만 저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고, 그러다 보니 서로 엇갈린다.

- 남자가 뒤로 간다는 건 남자의 시간 또한 거꾸로 간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 그렇다.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머물러 있고, 여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가지 않나. 그러고보면 한국은 남자가 문제다. (웃음)

-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부녀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들여야 하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마음속에서 소통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들이 손님을 골라서 받는 것도 자신을 지키 위한 목적이다. 나는 그게 관심이 있고 마음이 아련하다. 윤영과 송현 그리고 부녀 사이에서 소통이 이루어졌는가라고 묻는다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부녀는 소통에 대해 평생 서로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 윤영과 송현은 군산을 돌아다니면서 시인 윤동주 얘기를 나눈다.
= 윤동주는 쑥스러움이 많고 연약한 사람이었다. 조선 말로 시를 쓰고 싶어했고 울었다. 개인적으로 밖에 나가서 독립운동을한강한 사람보다 윤동주 같은 연약한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더불어 세상의 선과 악은 단순하게 구분되지 않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령, 군산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식민지 통치를 뼈아파하면서도 정교하게 설계된 일본식 수도꼭지와 상수도 시설에 감탄하게 된다.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식민지의 풍경에서 완전히 벗어난 아니다. 외교부가 역사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만큼이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얽히고설킨 역사의 잔재를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동아시아의 현실이다.

- 정진영문숙윤제문등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 정진영씨는 오래전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1997) 사무실에서 있다. 작업실 바닥에서 자고 있기에 이창동 감독에게 누구냐고 물어보니 연출부라고 하더라. (웃음) 윤제문은 연기를 편하게 해서 좋아한다. 문숙 선배는 이만희 감독의 딸이자 배우 이혜영씨를 통해 알게 됐다. 그가 출연한 이만희 감독의 영화 <삼포가는 >(1975) 봤다. 촬영 현장에와 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사람도, 식당을 운영할 사람도 아닌 같았다. 일상에서 그런 반전을 좋아하는 편이다.

- 문숙이 맡은 역할의 이름이 <삼포가는 >에서 맡은 이름과 똑같은 백화던데.
= 문숙 선배도 자신의 역할 이름이 백화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삼포가는 >에서 백화는 떠돌아다니는 불쌍한 여자인데 영화에서 확인해보니 군산에 살고 있었던 거다. (웃음)

김성훈·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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