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아주담담: 한·중·일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통해 본 동북아 애니메이션의 현재

2018-10-08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을 고민하다

'아주담담: 한·중·일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통해 본 동북아 애니메이션의 현재

마시하이 감독, 장형윤 대표, 안재훈 대표,시미즈 요시히로 (왼쪽부터)

한국, 중국,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0월 7일 오후 4시30분부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진행된 ‘아주담담: 한·중·일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에 중국의 마시하이 감독, 한국의 장형윤·안재훈 감독, 일본 데즈카 프로덕션의 대표 시미즈 요시히로가 참석했다. <마왕의 딸 이리샤>의 조영각 프로듀서 진행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오랜 시간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해온 전문가들의 생생한 입담을 통해 각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황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조영각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인 소재를 택할 수도 있고, 판타지적 요소를 더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작품의 소재를 정할때 주안점은 무엇인가.

안재훈 두 가지 갈래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먼저 직접 창작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두 번째는 한국 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것이다.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문학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다면 세계의 사람들이 한국문학을 접할 기회가 많아질 거라 생각했다. 의무감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지금은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장형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보다는 성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특히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다. 작품의 스타일보다는 이야기, 소재 자체에 이러한 요소를 많이 담아내려 한다. 여고생의 성장과 사랑을 다룬 <마왕의 딸 이리샤> 역시 이야기 속에 한국의 현실을 반영했다.

장형윤 감독의 <마왕의 딸 이리샤>

장형윤 감독의 <마왕의 딸 이리샤>

시미즈 요시히로 앞서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데즈카 프로덕션을 포함한 일본 스튜디오들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한다. 약 30년 전부터 18~35세 정도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상업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다. 비디오나 작품 관련 상품 등을 판매해 제작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데즈카 오사무 작가는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움직이지 않는 그림이 움직이는 데서 오는 놀라움”이라고 말했다.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는 공룡이 주인공인 영화로, 그 기본적인 놀라움을 잘 구현한 작품이다. 공룡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재미를 더했다. 더불어 이야기의 측면에서는 휴머니즘이나 우정을 주요 소재로 한다. 우리의 목표는 어린이들에게 인간적인 가치를 전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주로 제작됐는데, 데즈카 프로덕션에서는 어린아이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한다.

시미즈 요시히로 대표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시미즈 요시히로 대표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마시하이 <몽키매직>은 3년 전 내가 중국에서 설립한 스튜디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고전, <서유기>의 이야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더했다. 중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보는 장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조영각 중국 애니메이션의 시장 상황이 궁금하다.

마시하이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전망하는 의견이 많은데,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실질적으로 수익을 거두는 구조는 아니었다. 30~40대 이상의 중국인들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그렇기에 주로 구매력을 가진 20대 관객을 겨냥하는 애니메이션들이 제작되고 있다. 지난 2~3년간 큰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또 중국은 인구가 많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가 확보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중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언제든지 중국 시장에 진출해달라. 중국에서 투자를 받고 작업을하면 조금 더 수월하지 않겠나.

마시하이 감독의<몽키매직>

마시하이 감독의<몽키매직>

조영각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과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애니메이션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마시하이 먼저, TV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은 방송국의 숫자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방송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와 별개로 인터넷 방영 플랫폼도 있다. 이 경우에는 작품에 요구되는 수준이 높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성인들이 주 관객층인데, 이들의 입맛에 맞는 높은 퀄리티의 작품이 까다롭게 선별된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투자자와 배급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재훈 제작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TV 애니메이션 <겨울연가>(2009)를 제작할 때 제작비와 제작 기간이 미리 정해지자, 제작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조율해가면서 만들어야 하는 TV 시리즈는 포기할 것이 많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터가 만족하는 순간까지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

장영훈 한국에는 800개 가량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있다. 종사자는 7천 명정도다. TV 애니메이션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이 주를 이룬다.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수출을 하지 않으면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상황이 좋지 않다. 현재 한국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창작하는 감독은 10명 정도다. 투자가 잘 안 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보통 90만명 정도의 관객이 찾는다. 300만 명 정도가 영화를 봐야 수익이 생기는데,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나 역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투자 문제가 긴 시간 발목을 잡았다. 첫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5년이 걸렸는데, 제작 도중 투자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다.

시미즈 요시히로 일본 정부에서는 노동 개혁을 내걸고 관계 법령들을 정비하고 있다. 개정된 법령이 내년 3월1일부터 시행되는데, 초과노동에 대한 규제가 강력해진다. 애니메이션업계에는 소규모 프로덕션이 많다. 이런 법령들이 적용되면 더 힘든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일본 영화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2천억엔 정도다. 흥행작품의 매출 기준은 100억엔 정도다. 실제로 연간 제작되는 영화는 1,000편 정도고, 여기에 애니메이션도 포함된다. 사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극장 수익이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 조금 더 돌아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애니메이션 업계의 현실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프로듀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

· 마시하이 <소나기> 등 연출. 애니메이션 감독. <몽키하이> 연출. 장형윤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돼’ 대표. <무림일검의 사생활>, <우리별 일호와얼룩소> 등 연출. 안재훈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 대표. <소중한 날의 꿈>마시하이 . <소나기> 등 연출. 시미즈 요시히로 데즈카 프로덕션 대표. <아톰> 시리즈 등 제작.

글 전효진 객원기자·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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