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CLASS] 마스터클래스 나의 인생 나의 영화, 장률 감독

2018-10-10

나의 리듬으로 궁금한 걸 찾아가는 과정

8일 영산산업센터 11층 컨퍼런스 홀에서 장률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진행됐다.

어린 시절 내 고향 중국 옌지에선 극장을 접할 수 없었다. 극장뿐만 아니라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중학교가 되자 연변에 이사갔더니 극장이 두 개 정도 있었다. 그곳에선 중국 혁명 영화, 북한영화 <꽃파는 처녀>(1972) 등을 상영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나라 영화는 전혀 접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홍콩영화, 할리우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어릴 때 다양한 영화를 챙겨보지 못했던 것이다.

중문학 교수가 된 뒤 베이징에서 소설을 쓰고 등단했던 젊은 시절, 영화감독 친구로부터 시나리오를 대신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때 쓴 시나리오가 국가 신문출판광전총국(중국 미디어 심의 기구) 기준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그 친구에게서 통과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다시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심의에 통과되면 원래 시나리오대로 찍겠다는 약속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써주었고, 그 시나리오는 심의에서 통과됐는데 친구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통과된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었다. 처음에는 친구가 나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나에게 사기를 치거나 배신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 영화를 10년 넘게 찍어보니 영화는 약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친구와 술을 마시며 언쟁을 하다가 ‘영화감독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 나도 한번 찍어보겠다!’하고 영화를 찍게 됐다. 그때 친구와 싸우지 않았다면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 거고, 그랬다면 내 삶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꺼리거나 그때 그 시절을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소설을 잘 썼더라면 꺼리지 않았겠지. (웃음) 농담이다. 재혼한 뒤 이혼한 배우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게 너무 죄송스럽지 않겠나. 지금은 영화에 충실하겠다. 개인적으로 영화와 소설은 멀수록 좋고 영화와 시는 가까울수록 좋은 것 같다. 영화는 소설처럼 스토리보다 시처럼 어떠한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 훨씬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영화감독이 된 38살 전에는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반대로 스탭들은 모두 영화 전공자였다. 내 조감독이었던 친구는 내가 ‘카메라를 잘못 든다’며 거장 감독들이 카메라를 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때 거장 감독들이 너무 미웠다. 이후 그 친구를 통해 거장들의 영화 DVD를 받아 모두 감상했는데 그 영화들이 정말 놀라웠다. 위대한 감독은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가끔 사람의 용기를 없애기도 한다. (웃음)

베이징(<당시>), 몽골(<경계>), 충칭(<중경>), 이리(<이리>), 두만강(<두만강>), 경주(<경주>) 등 영화 속 공간에서 이야기가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공간을 선택했느냐. 공간을 선택하는 유일한 원칙은 어느 공간에 갔을 때 내 몸이 편한가, 편하지 않는가다. 어디를 가면 불편하거나 아픈 곳이 있지 않나. 갔을 때 편안하고 찍고 싶어지는 공간, 영화 속 인물이 공간과 얼마나 어울릴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리는 이미지못지 않게 중요하다. 장면에 따라 이미지와 소리 중에서 어떤 것이 정서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고향 시골 마을은 소리가 정말 풍부했다. 도시에 와보니 소리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소리가 막 나오는 인상도 받았는데 그건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다. 욕심이 아름다운 소리를 다 없앴다고 생각한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도 원래의 아름다운 소리와 그 정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나도 수업이 끝나면 이어폰을 낀채 퇴근한 적 있는데 그때 스스로에게 ‘나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 있다. 도시의 소음을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연출자로서 주변의 소리를 계속 접해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영화란 자신의 리듬을 가지고 궁금한 것을 찾아가는 것이고, 그 과정의 리듬을 관객에게 보여주면 관객은 그걸 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글 이나경 객원기자·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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