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CHOICE] 행복한 라짜로

2018-10-10

[WC] Happy as Lazzaro 행복한 라짜로 01 Main

행복한 라짜로 (HAPPY AS LAZZARO)

알리체 로바허 |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독일 | 2018년 | 127분 | 월드 시네마
OCT 09 B1 10:30 OCT 10 C6 13:30

1980년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시골 마을. 주민들은 후작부인 소유의 담배농장에 의지해 살아가지만 실은 고립된 지역에서 부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중이다. 청년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 역시 그 중 한 명인데 그는 마을사람들에게마저 종종 놀림을 당할 정도로 순박하다. 후작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치코바니)는 마을 사람들의 어떤 부탁도 흔쾌히 들어주는 라짜로의 순수함에 호의를 느끼고 둘은 계급과 경계를 넘어 은밀한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탕크레디는 라짜로에게 가짜 납치극을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이를 돕던 라짜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후 마을은 해체되고 사람들은 도시로 옮겨 살게 된다. 십수 년 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라짜로의 존재조차 희미해질 무렵 라짜로가 나이를 하나도 먹지 않은 예전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마을사람들은 처음엔 그를 유령이라 두려워하지만 도시의 때가 묻은 자신들과 달리 여전히 선하고 사심 없는 라짜로의 모습에 점차 잊어버렸던 기억을 되살린다.

<더 원더스>(2014)를 통해 이탈리아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알리체 로바허 감독의 신작. 이탈리아의 사회문제를 통찰한 뒤 이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소화해온 알리체 로바허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 본인만의 마술적 리얼리즘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시간여행이란 소재 자체는 다분히 동화적이지만 기반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냉철하게 포착하는 리얼리즘의 흐름 아래 놓여 있다. 고립된 담배농장은 이탈리아가 통합되는 과정에서의 역사적 아픔을 짚어내고 있으며 이후 순수한 라짜로의 존재를 통해 공동체의 유대가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라짜로 역의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의 투명한 이미지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우아하고 유려한 각본만큼이나 돋보이는 건 이탈리아의 시골의 목가적인 풍광과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한 화면을 동시에 담아내는 카메라다. 촬영감독 엘렌 루바르가 슈퍼 16mm 카메라로 포착한 이미지들은 비단 도시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 뿐 아니라 디지털 영화가 잊고 있는 필름이미지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새삼 환기 시킨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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