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벌새> 김보라 감독 ··· “그 시절의 나에게 화해를 건넨다”

2018-10-10

<벌새> 김보라 감독

단편 <리코더 시험>(2011)을 기반으로 장편을 구상한지 무려 7년이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영상위원회는 물론 미국 IFP 내러티브 랩, 선댄스영화제 후반작업지원까지 받은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가 높아질수록 완성은 쉽지 않았다. 부담감 때문만은 아니다. “워낙 내밀한 경험들을 풀어내다 보니 시나리오 때부터 용감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땐 몰랐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려니 그 말이 실감이 갔다.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거리를 둘 시간이 필요했다. ‘영혼의 어두운 밤’을 지나 그 시절의 나에게 화해를 건네는 시간이었다”. <벌새>는 성수대교 사건이 일어났던 1994년, 강남 대치동에 사는 열네 살 소녀 은희(박지후)의 상처와 성장을 관조
적으로 그린 영화다. 사랑 받고 싶은 소녀는 벌새의 날갯짓처럼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고 애정을 갈구하지만 한편으론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 잠식되어 간다. “이젠 자전적인 이야기라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는 김보라 감독의 말처럼 이 내밀한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묘사될수록 모두의 경험담으로 확장된다. 무너진 성수대교의 상처가 1994년에 머물지 않고 어제의 일처럼 되살아나고, 일상을 버텨내는 소녀의 흔들림이 그 사소함으로 모두의 어린 시절과 겹쳐지는 기적. “에드워드양의 초기작이 연상된다는 평을 읽고 그간의 고단함이 녹아내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본심이 제대로 전달되는 이런 순간 때문에 계속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

글 송경원·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About the Author



Back to T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