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너의 얼굴> 차이밍량 감독 ··· 누군가의 얼굴을 들여다본 적 있나

2018-10-11

보통 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지 않는다. 차이밍량 감독의 신작 <너의 얼굴>이 다소 낯설었다면 그건 이 영화가 사람들의 얼굴만 보여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너의 얼굴>은 차이밍량의 오랜 파트너인 배우 이강생과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비전문 배우 12명을 합쳐 총13명의 얼굴을 클로즈업숏으로 담아냈다. 이들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다가도 촬영 시간이 길어지자 지루해하거나 어색하거나 심지어 졸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남의 얼굴을 이토록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까 궁금해 진다. 인터뷰하기 전 그와 각별했던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지석>의 인터뷰이로 참여했던 까닭에 그의 얼굴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너의 얼굴> 차이밍량 감독

- 사람들의 얼굴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
=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은 클로즈업숏이다. 영화를 감상할 때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건 얼굴을 크게 담은 클로즈업숏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상대방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우가 드물다. 익숙한 사람은 더욱 그렇다.

-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군가의 얼굴을 유심히 봤을 때가 언젠가.
= 어머니 얼굴을 가장 열심히 바라봤을 때가 임종 직전 30분이었다. 인생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는 건 두 가지 순간 같다. 그건 부모가 갓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과 아이가 걸음마를 뗐을 때다. 아이를 너무 사랑해 한순간도 놓치기 싫어 응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일은 보통 극장에서나 있는 일이다. 지금의 많은 영화가 드라마를 중요시하는 까닭에 클로즈업숏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일에 집중할 뿐, 보는 것 자체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 내 눈으로 봤을 때 보기 좋아야 했다. 그런 사람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렵게 선택한 12명 모두 50대 후반에서 80대까지 나이가 드신 분들이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고, 비전문 배우들이다. 보자마자 정말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 얼굴들이었다. 그들을 카메라 앞에 모셔 촬영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그들 모두 각각 1시간씩 촬영했다.

- 오래 앉아있은 셈인데.
= 30분은 나와 대화를 나눴고, 나머지 30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었다. 의자에 앉은 지 10~20분 지나자 조는 분도 적지 않았다. 코 고는 소리가 음향 효과도 되었고, 그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기 좋았다. 역사적인 공간에서 촬영했는데 공간이 화면에 잘 담겼다. 그들 얼굴에 비친 자연광도 자연스러웠다. 그들을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건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새로운 영화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 역사적인 공간이라니, 촬영한 장소는 어디인가.
= 대만 중산당(中山堂)에 있는 광복청이라는 공연장이다. 중산당은 일본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일왕의 등극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한 건물이다. 독립 이후 대만의 정치적 이벤트나 공연이 열리는 장소가 되었다.

- 어르신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진 않았나.
= 어르신들과 그들의 가족을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작업이 재미있었던 건 어르신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거다. 그들은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촬영을 했는데 긴장을 풀어드리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 그들 중 2명은 촬영을 마친 뒤 세상을 떠나셨다.

- 클로즈업숏만 찍는 기분이 어땠나.
= 전작이 VR 영화 <아무도 없는>(The Deserted)이었는데 VR 영화는 클로즈업 숏을 찍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이번 영화에서 클로즈업숏만 찍으려니 낯설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는데 그가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 <너의 얼굴> 촬영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 갔는데 그곳에서 사카모토 감독을 만났다. 그때만 해도 음악이 있든 없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와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난 뒤 타이베이로 돌아왔는데 사카모토 감독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그가 음악 작업을 허락해주었다.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면서 나 또한 덩달아 긴장되고, 걱정됐다. 어떤 곡을 줄지 모르고, 그의 멜로디가 영화의 분위기와 달리 너무 아름다울까 봐. 한달 뒤쯤 류이치 사카모토 감독이 12곡을 만들어 주었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다.

- 이번 영화제에서 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를 기리는 다큐멘터리 <지석>에 출연했다고 들었다.
= 부산에 오자마자 그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 그의 노고가 없었다면 영화제도 없었을 것이다. 부산에 올 때마다 내 영화가 존중받고 인정받는 느낌을 받는다.

- 차기작은 무엇인가.
= 장편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미술관에 영화를 전시하는 작업이다.

 

글 김성훈·사진 최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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