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꿈꾸는 ‘칸의 천사’

2007-10-11

나타샤 레니에란 이름은 국내에서 아직 낯설다.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의 마리 역으로 1998년 칸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크리미널 러버>에서 친구를 살인에 끌어들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국내에 알려진 그녀의 작품은 위의 두 영화와 이번 부산영화제 상영작인 <그 날> 정도다. 벨기에에서 태어났고, “영화를 위해 프랑스로 이주”한 그녀는 첫 영화인 <세이 예스>부터 올 여름 촬영을 마친 <Intrusions>까지 출연한 영화가 30편이 넘는다. “고독과 어둠을 가진” <천사들이…>의 마리나, 남편의 외도를 침잔된 표정으로 응시하는 <그 날>의 피에트라는 강렬하고 극단적이지만, 그녀는 “<그린 파라다이스>처럼 굉장히 유머러스한 역할도 많이 했다”고 말한다. 나타샤 레니에의 코미디라니, 정말 궁금하다.

나타샤 레니에의 시작은 화려했다. 두 번째로 출연한 장편영화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으로 칸영화제의 레드 카펫을 밟은 건 그녀가 스무살 때의 일이다. “모든 게 서프라이즈였고 갑작스러워서 소심해지기도 했”지만 그녀는 이후 수많은 영화 제의를 받았다. “세계 영화계에서 나의 존재가 인정된 느낌이랄까.” 나타샤 레니에는 이후 샹탈 애커만, 유진 그린 감독 영화에 출연했으며 브누아 마지멜, 미셸 피콜리 등과 함께 연기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가 좋아 벨기에에서도 친구들과 단편영화를 찍었”지만, 그녀의 영화 인생은 프랑스에서 꽃을 피웠다. 그녀가 존경한다는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상드린 보네르의 뒤를 이어 나타샤 레니에는 현재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 중 한명이다. <천사들이…> 이후 크게 성공한 영화는 없지만, 자콥 베르제 감독은 <그 날>을 나타샤 레니에를 염두해 두고 썼다고 한다.

나타샤 레니에는 인터뷰 시작 전 기자의 핸드폰에 달려있던 <천공의 성 라퓨타> 캐릭터 장식을 알아보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단지 “프랑스에서 사는 벨기에 사람”이란 말로 설명하면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크기 때문에 작품을 위해서라면 한국에서 영화를 찍을 수도 있다”고 한다. “벨기에 사람이란 자각은 있”지만 국적과 영화는 별개라고. 나타샤 레니에의 코미디와 함께 그녀의 또 다른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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