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3년은 더 안정적인 영화제에 주력할 거다

2008-10-09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은 “예전에는 영화제 기간동안 상황실을 떠나지 못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영화제에서는 상황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전체적으로 예년보다 성숙해진 영화제에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영화제 기간동안에는 매일 같이 술을 마셔도 몸이 멀쩡했다고. “초반에는 긴장도 많이하고 초조했지만, 점차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것 같다.”(웃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 폐막식을 이틀 앞둔 8일 저녁에도 그는 영화제 결산과 폐막식을 준비하느라 해운대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과보고를 들어봤다.

- 지난해에 비해서 올해 영화제는 무난히 진행된 것 같다.

= 올해 가장 신경 쓴 게 영화제의 내실화였다. 지난해에는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 데, 올해는 더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는 확신을 갖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최진실씨의 사망소식을 비롯해서 긴장해야할 순간들이 많았지만, 위기를 넘기고 나니 시스템이 잘 굴러가더라.

- 야외상영장에서 일어난 영사사고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 텐데.

= 그때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변수에는 약할 수 밖에 없더라. 우리의 한계를 반성하게 해준 사건이었다. 나름 영화제로서는 관객서비스를 위해서 하루에 2편을 야외상영으로 결정한 건데, 오히려 관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았나. 게다가 그날 현장에 계셨던 관객들만 약 5700명정도 였다. 준비도 준비지만,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아시아필름마켓은 어떻게 평가하나. 예년에 비해서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침체를 맞은 한국영화계의 상황과 맞물려 있겠지만.

= 장을 벌렸으면 물건이 있어야 신나는 건데. 물건이 없으니까 사고 파는 일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에게 어떤 게 숙제인지를 느꼈다. 뭔가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져야겠더라. 다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공동제작 펀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영화펀드들이 모이면서 아시아의 영화가 중흥기를 맞고 있다는 걸 증명해줄 수 있었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합작’에 힘을 기울였는데, 그런 컨셉을 잘 내세웠다고 본다.

-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315편의 영화를 가져왔다. 운영상에 어려움은 없었나.

= 사실 우리가 모험을 한거다. 315편이라는 편수는 매우 과도한 크기다. 위험을 안고 가는 거라서 한편으로는 우리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그런 점을 보완해야한다는 것도 알게됐다. 또 하나 모험을 한 것은 영화관을 섹션별로 재편성한 것이다. 이건 10회때부터 이야기를 했던 것이지만, 역시 위험성이 높을 것 같아서 차마 시도하지 못했던 거였다. 하지만 관객들을 분산시키면서 영화제 운영이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된 것 같다.

- 매끄럽게 진행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예년에 비해 심심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 물론 열기가 가라앉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일단 티켓팅과 조직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관객들이 더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게스트들의 불만도 줄어들었고.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 부산영상센터를 착공하는 시점이 집행위원장의 승계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 지난 3년동안 대안을 찾아왔는데, 결국 답이 안 나온다는 게 문제다. 사실 도리로 봐서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을 놔드려야 하는데, 대안이 없으니 못 그러고 있다. 이런 규모의 영화제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내 욕심으로는 결국 영상센터가 준공되는 걸 터닝포인트로 삼는 거다. 그때까지 대안을 찾을 거고, 못찾는다고 해더 더 이상 붙잡지 않겠다는 거지. 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사실 나도 김위원장님이 안계시면 일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요즘은 김위원장님께 협박도 하고 있다. 위원장을 그만두시면 나도 물러나겠다고.(웃음)

- 2009년 부산영화제의 밑그림은 어떤 건가.

= 2,3년 정도 더 내실을 기한다는 것이다. 부산영화제의 재도약시점은 영상센터가 준공되는 때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규모를 더 확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상영편수도 줄일거다. 월드 프리미어가 많아지면 영화제의 권위가 높아지는 것이지만, 반대로 내부인력들이 거의 죽어간다. 아무런 자료가 없으니까 번역이며 자막작업이며 심하게 고생할 수 밖에. 또 그러면서 사고 위험을 안고가는 거다. 앞으로 2,3년은 더 안정적인 영화제를 만드는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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