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을 끌어올리는 공포의 세공사

2008-10-09

한 젊은 부부가 어린 딸을 데리고 허름한 아파트에 이사를 온다. 위층에 사는 중년의 이웃과 친해지지만 그들은 어딘가 이상하며 그들이 모시는 노모도 이상하다. 어느 날 그 노모가 세상을 뜨자 젊은 부부의 딸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안은 온갖 불길한 기운과 사고로 쑥대밭이 된다. 이 영화 <독>의 장르적인 세공술은 뛰어나다. 은근히 옥죄면서 몰아넣는 공포의 맛을 알고 있다. 김태곤 감독은 이 첫 장편 데뷔작으로 이미 이 번 영화제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의 호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그런데 사실 처음에는 무서운 요소가 많지 않았다. 시나리오 수정 과정에서 그렇게 됐다. 이상하게 뭘 해도 꼭 스릴러가 들어간다”며 웃는다. “심리 드라마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영화가 나온데에는 사연이 좀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할아버지의 외출>이라는 20분짜리 다큐를 먼저 만들었다. 그걸 <독 안의 노인>이라는 중편 소설로 다시 썼다. 그러고 나서 장편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게 됐다”. 애정이 넘치는 소재였기에 점점 확장한 것이리라. “제작사가 무조건 무서워야 한다고 해서(웃음) 귀신도 등장시켜 보고 다 해봤는데 결국 아니더라. 한국 호러는 별로 안 좋아한다. 한의 정서, 귀신 이런 것도 별로다. 나는 영화적 톤이라든지 분위기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대체로 좋게 말해주는 사람들도 장면 자체의 디테일이 많이 살아서라고 한다. 그건 공포 장르의 요소를 내가 그렇게 이해해서인 것 같다” 지금 그의 욕심은 좋은 상업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독>이 “상업영화처럼 보인다면 좋겠다”는 말은 일종의 출사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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