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뉘앙스, 이게 바로 ‘아트’

2009-10-15

여기 또 다른 틸다 스윈튼의 서커스가 있다. 틸다 스윈튼은 <아이 엠 러브>에서 러시아 출신 이탈리아 여자를 연기한다. 그런데 미국인과의 만찬에서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장면에서 뒤로 넘어갈 뻔 했다. 케이트 블란쳇이 액센트의 서커스를 보여준다면 스윈튼은 언어적 뉘앙스의 서커스를 보여준다. “이탈리아어와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척 했을 뿐”이라는 대답을 온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틸다 스윈튼은 “한국에 왔다는 것에 대해 희열 이상의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다. “박찬욱이나 봉준호 같은 감독들의 영화 속에서 이미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한국은 상업영화의 스타일조차도 다른 국가들과 달리 독특하다. 히치콕은 ‘감정은 내용이 아니라 스타일 속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나.” <나니아 연대기> <마이클 클레이튼> 등을 통해 대중적 명성을 얻었지만 스윈튼은 할리우드가 최종 정착지는 아님을 명확히 한다. “데릭 저먼 같은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영화를 시작했고 20여년 넘게 실험적인 인디영화들을 작업했다. 미국에도 잠시 머물렀으나 그건 타인의 파티에 참석한 듯한 기분이었다. 다시 내가 태어난 유럽으로 돌아온 셈이다.” 게다가 그녀에게 “예술의 국적은 일종의 현혹”에 불과하다. “영화적 국경은 수직적인 게 아니라 수평적이라고 믿는 것이 옳다. 영화는 우주적이다. 국적을 뛰어넘어 국제적으로 눈을 연다면 진실로 영화적인 동료를 만날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작자, 수퍼바이저, 예술가, 배우의 결합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틸다 스윈튼은 결코 영화를 무비나 필름이라는 단어로 지칭하지 않았다. ‘시네마’라고 했다. 영화예술에 대한 존경과 경의와 애정과 위엄을 담은 단어로써. 바로 그녀 자신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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