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2009-10-15

남자라서 놀랐다. 방글라데시 중산층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 <제3의 인생>은 연출자가 여성 감독이라는 확신이 들 만큼 섬세한 묘사가 돋보인다. “시나리오를 쓰는 내내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주인공이 겪는 고통을 내 뼈로 느껴야 진정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가령 죄수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경우, 영화감독은 죄수와 관련된 모든 정보, 캐릭터에 관한 모든 것들을 알아야 한다.” 관객들에게 “영화가 아닌 ‘삶’을 들여다보게 하리라는 원칙”도 여기서 비롯된 듯하다.

두 남자와 차례대로 동거는 하지만 어느 누구와도 전통적인 결혼을 하지 않는 주인공 루바를 완성하기 위해 감독은 주변 여자 친구들의 일상을 취재했다. 그렇게 나온 이야기가 다소 수동적인 태도를 강요하는 방글라데시에서 ‘자유분방한 여성으로 살아가기’라고 할까. 하지만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은 정치나 여성이 아닌 방글라데시 사회의 ‘계급’적인 면에 더 주목해달라고 한다. “방글라데시 사회에서 상위 계층의 여성들은 서양남자를 만나든, 여러 남자들을 사귀든 손가락질 받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을 쏟지 않는 하위 계층의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산층 여성들은 한 남자를 만나 전통적인 결혼을 해야 한다. 이 얼마나 불평등한가.” 사회에 대한 진중한 시선이 제법 인상적이다. 모국의 팬들이 ‘rebel(반항)’이라는 별명을 붙일만하다. “축구선수, 소설가 등 하는 일마다 매번 실패했다”는 그는 스스로를 “우발적인 감독”이라고 부른다. 한 여성에게 감명을 주려고 시작한 영화가 이제는 직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한다는 그는 “다양한 삶을 살아왔지만 영화가 나에게 가장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만약 <제3의 인생>에서처럼 자신의 여자가 ‘또 다른 남자와 함께 셋이서 살자’고 한다면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만 해도 울고 싶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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