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관 시대, 그 현장에 우리가

2011-10-13

이화정

욘판감독이 ‘부산 집들이’ 선물로 직접 찍은 고(故) 장국영 사진을 증정했다. 영화의 전당을 인테리어하는데 이보다 좋은 오브제가 또 있을까. 내년엔 장국영의 사진이 이곳 어디쯤 걸려있을 거고, 영화제의 풍경으로 기억될 거다. 쓰는 사람의 손길이 없다면 집은 무용지물이다. 영화의 전당이 보여준 압도적 위용에도 올해의 전용관이 허전한 이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채워나가야 하는 이유다. 15년간 부산영화제가 그랬듯이 전용관 시대에도 관객과 함께 만들어갈 역사가 필요하다.

김도훈

영화제 4일. 고가의 나이트 크림을 샀다. 격무로 칙칙해진 피부를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제 6일. 선크림을 샀다. 서울에서 가져온 SPF30 짜리 선크림으로는 검붉게 익어가는 얼굴을 막을 수가 없었다. 영화제 8일. 종합영양제를 샀다. 그날밤 영양제 3개를 레드불과 삼켰다. 그제서야 피부가 영화의 전당의 금속 패널처럼 반들반들해졌다. 전당의 반짝이는 지붕을 눈길로 미끄러지며 생각했다. ‘영화제 15주년부턴 몸도 피부도 느슨해지지. 이토록 근사한 전용관이 있는 영화제라면, 더이상 나이들지 않아’

강병진

옆자리에 앉은 도훈선배는 발냄새가 난다고 투덜거렸다. 영화의 전당이 차라리 멀리 있었다면 택시를 탔을텐데, 사무실에서 택시를 타기는 뭐하고 바쁘게 걷는 게 최선인 거리에 있었던 게 문제였다. 수시로 왕복하다보니 발이 더웠고, 그래서 신발을 벗었다. 안 그래도 동료들 모두 마감하느라 짜증났을 텐데, 미안했다. 내년에 올지 모르는 동료들에게 필히 발냄새 제거 스프레이를 구비하라고 알려주겠다.

장영엽

늦게 깨달은 게 너무 많다. 3단 계단을 오르지 않고도 센텀호텔 21층 사무실에 갈 수 있다는 것. 마스터클래스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 아카데미룸은 비프힐과 꽤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 아시아필름마켓이 열리는 벡스코 지하에는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 데일리 마감 마지막 날에 무릎 치며 후회하느니 차라리 내년 10월을 기대해볼란다. 다만 두시두시두시, 네시네시네시 겹치기 인터뷰 스케줄만큼은 반복되지 않기를!

남민영

영화의 전당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이곳에서 원없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상하다. 허전함이 가시지 않는다. 부산에서 만났던 이들의 수만큼 그리운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영화제가 시작하기 전부터 온통 부산에 관심을 쏟은 채 짧은 기간 동안 데일리 8권을 엮었다. 즐거우면서도 외로운 신기한 체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기고 영화 밖 목소리도 귀 기울이길 바란다. 이제는 그리움을 해소하러 서울로 간다. 잘 있어 부산, 반가워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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