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미니멀하게 찍으려 했다

2012-10-13

자살과 대지진, 경제 불황. 지금 일본이 처한 암울한 현실.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은 재난의 현장이 주는 스펙터클을 재연하는 대신, 그 피해의 가장 작은 집단인 가족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영화는 병원에서 폐암선고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후지오 무라이와 아들 요시다의 이야기다. 아내는 1년 전 타계했고, 며느리와 손녀는 대지진으로 소식이 두절된 상태다. 위패가 있는 방, 부엌, 거실의 좁은 공간을 힘겹게 오가는 카메라 워킹, 흑백의 화면은 남은 가족의 비극을 전시하는 듯한 효과를 자아낸다. “처음부터 미니멀하게 가자고 생각했다. 카메라 포지션도 그래서 최소화했다. 인물이 느끼는 압박감을 화면으로 보여주려 했다.” 50여 편이 넘는 독립영화를 찍었고 늘 합리적 제작방식을 택해왔지만, 이번 작품은 그 자신에게도 기억에 남을 ‘절약형’ 영화였다. 촬영은 일주일, 배우는 단역까지 합쳐서 4명, 그리고 모든 게 세트에서 이루어졌다. 로케이션 비용이 절감됐고, 인물간의 집중도도 높아질 수 있었다. 이번 작품은 최근 들어 변화한 그의 영화관이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위기의 여자들>(2011) 전에는 유럽 감독들에 대한 오마주가 많았다. 지금은 좀 달라졌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나름대로의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다작의 감독이지만, 최근 들어 그는 ‘영화를 그만둬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독립영화를 만들기 갑갑한 상황도 있다. 더 큰 건 대지진이 그렇고. 일본의 상황이 숨쉬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런데 막상 할 게 없더라. 돈도 벌어야 되고.(웃음)” 그가 돈이 없다는 게 이럴 땐 참 다행이지 싶다. 그래서 다음 영화는 뭐냐고? “너무 개성을 앞세우지 않고 이젠 평범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About the Author



Back to T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