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CHOICE] <수르제키-죽음의 천사> Surzhekey – The Angel of Death

2013-10-11

다미르 마나바이 | 카자흐스탄 | 1991 | 132분 | 잊혀진 중앙아시아의 뉴웨이브 영화
OCT11 소극장 19:00

역사적 아픔이란 말은 구체적이지 않다. 여기엔 일방적으로 당하는 어렴풋한 이미지가 전제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강압당할 때 피해자들은 뭉쳐서 저항한다. 학대보다 무서운 것은 오히려 내부 분열이다. 선택의 기회가 있다고 판단할 때 사람은 약해진다. <수르제키-죽음의 천사>는 고향을 떠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라진 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억압받은 민족의 역사를 실체화한다.

1930~40년 사이 카자흐스탄 지역이 소비에트 체제로 강제 편입되며 사유재산이 금지되고 사람들은 땅을 빼앗긴다. 소비에트 체제로의 강제 정착을 위한 대학살이 자행되는 와중에 부유층의 재산몰수는 부의 재분배가 아니라 빈곤층의 집단화로 이어진다. 10년도 안 되는 사이 인구는 절반가량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선택을 강요당한다. 고향에서 죽을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 감독은 격동기의 선택을 조국에서 죽자는 파크라딘과 떠나서 민족을 살리자는 아즈베르겐 형제의 이야기로 압축시킨다. 땅이냐, 사람이냐. 죽음이냐, 도피냐. 1991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선택이라는 딜레마를 통해 민족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꽃은 짓밟힐지언정 뿌리는 쉽게 죽지 않는다. 삶은, 사람은, 피는 그만큼 질기다.

TIP
두 형제 각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볼 것.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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