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class] 내가 던진 질문을 받았나요?

2014-10-10

글 김효정·사진 박성완
아스가르 파르하디 마스터클래스

“마법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9일 월석아트홀에서 진행된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한 어느 관객의 한 마디. 이란 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두고 한 말이다. <어바웃 엘리>(2009),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 등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이기도 하다. 짜임새 있게 직조된 서사를 통해 이란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온 그의 특강인 만큼, 이날의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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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 특별히 영감을 받는 대상은 없나.
마음 속 깊은 곳에 은행과 같은 것이 있다. 어릴 때 겪은 모든 경험이 담긴 곳인데 여기가 가득 차게 되면 창작을 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글을 쓰거나 작곡을 하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풍부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은 은행이 꽉 차겠지만 금고에 별 게 없는 경우도 있다.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은행을 못 채운 사람들은 아마 실제 계좌가 돈으로 가득 차지 않았을까.(웃음)
간단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형태를 바꾸거나 반전을 주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어야 한다. 실제로도 아주 사소한 일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지 않나. 내가 10대였을 때 이란과 이라크는 전쟁 중이었다. 하루는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폭격이 일어났고 돌아보니 방금 지나온 거리가 쑥대밭이 되었다. 만약 좀더 천천히 자전거를 탔더라면 여기 다른 감독이 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여러분이 <어바웃 엘리>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자전거를 빨리 탔기 때문이다.(웃음)
인물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모든 캐릭터를 사랑해야한다는 점이다. 각각의 캐릭터와 나와의 간격은 동일해야 한다. 나는 특정 캐릭터만 차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마다 해당 인물이 판사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한다. 모든 캐릭터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변호할 기회를 공평하게 주기 위해서다. <어바웃 엘리>를 만들기 전에 두 달 동안 했던 리허설은 법정에서 증언을 하듯이 진행했다. 각각의 배역에게 스스로를 변론할 기회를 주고 계속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어바웃 엘리>,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인물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영화에서 거짓말이 어떤 의미를 갖나.
얼핏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거짓말에 관한 건 아니다. 내 영화 속 인물들은 진실을 감춰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졌을 뿐이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 두려워서 진실을 왜곡하는 인물도 있다. 이들이 거짓말쟁이는 아니다. 거짓말쟁이는 어떤 사실을 의도적으로 속여서 혜택을 얻는 사람 아닌가.
영화에서 인물들의 대화를 흥미롭게 구성하는 방법이 뭔가.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른 질문이 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 또 다른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관객은 질문들을 쫓아가며 스스로 답을 찾게 된다. 예컨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 이런 대화가 있다. 남자가 “저 방에서 뭐 했어?”라고 물으면 여자가 답한다. “어느 방이요?” 질문이 두 개가 되는 순간이다. “당신이 들어가서 돈을 가져간 방”이라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다시 묻는다. “제가 돈을 가져갔어요?” 이런 방식으로 정보의 전달을 연기하는 장치가 계속해서 생겨난다.
영화의 엔딩에서 특별히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의 역할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관객들이 내가 하고자 하는 질문을 이미 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내 영화의 엔딩이다. 특히 결말의 의미가 없는 엔딩을 선호한다. 이야기의 결말이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점이 된다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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