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choice]은판 위의 여인 Daguerrotype

2016-10-11

김성욱 영화평론가

5-1

은판 위의 여인 Daguerrotype
구로사와 기요시 | 프랑스, 벨기에, 일본 | 2016년 | 130분 | 갈라 프레젠테이션
OCT 11 SH 19:00 OCT 15 B1 11:00

구로사와 기요시의 신작 <은판 위의 여인>은 프랑스에서 제작된 그의 첫 해외 진출작이다. 프랑스 영화라지만, <해안가로의 여행>(2015)에 더해 사랑과 죽음, 비극을 불러온 또 한편의 고스트 스토리다. 삶과 죽음의 모호한 경계, 비가시의 지대에서 언제라도 유령이 출몰한 것 같은 긴장감의 화면, 배우의 움직임이나 카메라의 정적인 운동, 폐허의 저택과 건축적 구성에 영락없는 그의 카리스마가 인장처럼 새겨져 있다. 파리 교외, 재개발이 한창인 낡은 골목길의 고풍스런 저택. 19세기 촬영술인 다게레오타입을 고수하는 사진가 스테판(올리비에 구르메)은 조수로 장(타하르 라힘)을 고용한다. 스테판은 딸 마리(콘스탄스 루소)를 모델로 과거의 촬영방식을 재현하는데, 장시간의 노출을 동반하는 이 촬영술은 손, 허리, 머리를 기구에 구속, 고정해 매 번의 촬영에 모델을 고통스럽게 한다. 다게레오 타입은 노출의 시간으로 영혼을 은판에 가두는 작업이다. 스페판의 아내 또한 다게레오타입의 모델이었고, 이제는 세상에 없지만 은판에 생생하게 새겨져 생과 사의 구별이 종종 혼동된다. 마리는 예술과 애정을 혼동한 스테판의 광기와 구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장은 그런 마리를 데리고 집을 떠나려 하는데, 사랑이 환영을 낳으면서 비극을 또한 부른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이 영화를 준비하며 영국 해머필름의 호러를 떠올렸다고한다. 하지만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앙젤리카의 사례>처럼 이미지에 사로 잡힌 예술가의 강박관념을 그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내의 초상에 사로잡힌 화가를 그린 에드거 앨러 포의 <타원형 초상>이 생각난다. 말하자면 꽤 반영적인 작품이다. 생의 숨결마저도 은판에 구속하는 다게레오타입의 촬영은 장시간의 촬영을 요구하는 영화작업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이 작업은 언제나 죽음과 관련되어 예술가를 유령에 사로잡히게 한다. 그러므로 저택을 벗어나려는 남녀의 도주는 생과 사의 분별없는 세계, 시간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 할 만한데,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2016)과 더불어 이 영화의 결말은 많은 모호한 해석을 남긴다. 실로 매혹적인 올해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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